래플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
나이키, 무신사, 삼성전자, 바이레도, 하이트진로 등 래플 마케팅을 채택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때 패션업계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래플 마케팅은 이제 다양한 업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래플마케팅과 리셀테크의 사례를 살펴본다.

#1 ‘줄서는 식당’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나이 든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젊은이들은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SNS에 화제가 되고 있는 식당에서 한끼를 먹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2 내가 갖고 싶은 명품 브랜드를 세일해서 선착순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에 백화점 명품관 앞에 그 전 날부터 줄을 서서 밤을 샌다. 비록 카드 할부로 구입할지라도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희소성은 제품의 가치를 올려주는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제품은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만든 것이 래플 마케팅이다. 추첨을 통해 제품의 구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래플 마케팅은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이렇게 얻은 제품을 되팔아 높은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리셀테크로 이어진다. 요즘 MZ세대들은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활용해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래플 마케팅(raffle marketing)은 말 그대로 기금 모금 추첨 복권을 뜻하는 ‘래플(raffle)’에서 유래한 마케팅 기법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소비자에게만 한정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추첨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권을 줄 뿐인데 MZ 사이에서는 래플 마케팅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무작위 추첨인 만큼 소비자에게는 명품과 한정판, 협업 상품 등 희소성 있는 상품을 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쇼핑의 재미를 높이는 효과를 준다.
래플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
래플 마케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얼까? 래플 마케팅은 오프라인에서 줄을 서는 방식으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드롭 마케팅(drop marketing)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요즘에도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백화점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수 백명이 줄을 서거나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방법은 판매하는 장소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이득이고 대리구매 아르바이트 고용이라는 부정적인 이슈도 끊이질 않는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벤트가 진행될 경우 트래픽 초과 현상을 일으킨다는 문제도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공간의 제한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래플 마케팅이다.
래플 판매방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착순 VIP 판매보다 공정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우선이다. VIP 대상 판매 방식은 소비력 격차에 따라 구매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소득이 적은 젊은 소비자들일수록 불공정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모든 소비자에게 기회를 열어두고 무작위로 구매자를 뽑는 만큼 래플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새벽부터 매장 앞에 진을 치고 줄을 설 필요없이 래플은 클릭 한 번이면 응모할 수 있다.
보통 래플로 판매하는 품목은 평상시에 좀처럼 구매하기 힘든 상품들로 구성된다. 고가의 명품이거나 셀럽과 콜라보하여 전 세계에서 몇 켤레밖에 없는 한정판 운동화 같은 제품들이다. 이런 상품이 래플로 나올 경우 당첨 기대심리가 큰 화제성을 만들어내고, 단시간 내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낸다.
이 같은 래플 마케팅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MZ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하며 소유보다는 공유하는 문화에 익숙하고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제품을 소유했다가 되파는 과정 자체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세대이기 때문에 MZ세대에게 래플 마케팅과 리셀테크는 딱 맞는 소비행태라고도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주도하는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게임처럼 소비자가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브랜드 로열티(충성심)을 만들고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모으는 것이다. 특히 제품 구매에 있어 귀엽고 재미있는 것은 물론 희귀한 것을 선호하는 MZ세대들이 래플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너도나도 래플에 응모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MZ세대는 발매 소식을 공유하고 래플에 응모하는 과정을 게임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하나의 콘텐츠로 생산해 낸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래플 마케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상품 가치를 부각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래플 마케팅은 명품과 한정판, 협업 상품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쇼핑의 즐거움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일례로,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 혹은 전자제품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에 대한 래플에는 몇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사진 제공 = 나이키)
나이키 에어조던 x 디올 콜라보 한 신발은 전 세계적으로 총 1만 3,000켤레만 판매했지만, 응모자 수는 500만 명에 달했다
나이키에서 판매했던 에어조던1 OG 디올 래플 운동화는 전 세계에서 1만3천 켤레만 한정 판매했고 전 세계 응모자는 500만명에 달했는데 그 중 8천 켤레만이 당첨의 행운을 가졌다. 나이키는 또한 스니커즈라는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매년 한정판 스니커즈 래플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톰브라운과 협업한 갤럭시Z 폴드2의 경우에도 5천대 한정 판매했는데 희소가치 덕분에 23만 명이 추첨에 참여했다. 래플을 가장 잘 활용하기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무신사도 한정판 스니커즈 8켤레를 한 켤레당 1천원에 살 수 있는 릴레이 래플 행사를 개최해 4일간 총 69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무신사의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 래플에는 28만 명이 응모했고, 앤더슨밸과 아식스의 협업 운동화인 젤 1090 래플에는 2시간 만에 5만 명이 넘게 참여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패션 아이콘이자 가수인 지드래곤이 출시한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이 나이키와 협업해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한정판 상품을 100켤레 출시했는데, 리셀가는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마니아를 중심으로 소유의 개념으로 이뤄졌던 래플 마케팅과 리셀이라는 개념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확산한 계기가 됐다.
리셀테크로 시세 차익까지 챙겨
래플 마케팅과 함께 덩달아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리셀테크이다. 리셀테크는 재판매를 의미하는 리셀(resell)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희소성을 가진 한정판 제품이나 소장품을 구입한 후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방식의 재테크를 의미한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엔코(Cowen & Co.)는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매년 20%씩 성장해 2030년 약 3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리셀 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서는 2021년 1월 발표한 ‘현행 문화 지수(Current Culture Index)’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주요 리셀 마켓 8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한 바 있다.
래플 마케팅이 보편화되면서 MZ세대는 리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소액으로 짧은 기간에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보니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취향 차원을 넘어 투자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변동성이 높은 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경험이 있는 MZ세대들에게 리셀테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드롭 마케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래플 마케팅에도 단점은 있다. 그것은 제품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파는 리셀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에 더 열광하게 만들고 자칫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가품 논란으로 이슈가 발생한 리셀 플랫폼 간의 분쟁은 래플 마케팅 시장 확대의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구매율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희소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MZ 세대의 가치관과 취향을 대변하는 마케팅이자 재테크 수단으로서 향후에도 기업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 AhnLab콘텐츠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