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디지털 장의사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지워주는 이른바 ‘잊힐 권리’를 위해 탄생한 디지털 장의사. 이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즉 본인이 원하지 않게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각종 기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지워줌으로써 온라인 세상 속의 인생을 정리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인터넷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이다. 하지만 디지털 장의사는 양날의 검처럼 불법 촬영물 같은 피해자를 구제해 주기도 하지만 정당한 비판 기록도 삭제시켜 공론화를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을 잘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이다. 독재국가처럼 인터넷을 끊지 않는 이상 정보의 차단은 불가능하고, 어떤 정보든 누구나 쉽게 열람하고 전달하고 또 재생산하는 모습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트위터에서만 하루 평균 1억 5500만 건이 업로드되고 유튜브의 하루 평균 동영상 재생건수는 40억 회에 달한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 과다해지면서 어떤 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의 긍정적인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정보, 특히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나 악성댓글, 지우고 싶은 기록 등이 그것이다. 구글에서 단 몇 분만에 특정인의 신상정보를 알아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디지털 장의사의 탄생 배경
디지털 장의사는 모든 사람은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탄생했고 개인은 물론 평판관리가 중요한 기업들도 디지털 장의사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디지털 장의사의 탄생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는 본인이 작성한 글이나 댓글, 사진, 동영상 등을 타인이 볼 수 없도록 게시판 관리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에 기초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으로 불렸던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불법 촬영물과 비동의 보복성 음란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 즈음에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생소한 직업의 대표가 출연했다.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로 불렸던 김호진 대표다. 그는 이 프로에 출연해 “문제가 된 N번방의 가해자가 자신의 신상정보가 퍼져 가족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삭제 건당 1억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일반적으로 의뢰인에게 삭제할 영상, 사진 등을 의뢰받아 온라인에 퍼져 있는 기록을 지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의뢰인이 직접 할 수는 있지만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 해당 사이트에 삭제 요청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장의사는 의뢰인과의 상담 후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뢰인의 데이터를 수집해 1차적으로 사이트별로 뉴스, 블로그, 카페, 지식인, 웹사이트, 포스트 등으로 분류를 한 다음 악성 내용과 허위사실을 파악한다. 이 내용을 의뢰인과 공유해 삭제 요청 여부를 논의하고, 위임장을 받아 각 사이트에 기록 삭제 요청을 진행하며 삭제가 완료된 후에는 1년간 모니터링한다. 의뢰인으로부터 건당 30만원부터 많게는 2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국내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아닌 민간 자격증으로, 한국직업능률개발원, 한국디지털평판관리협회 등에서 발급하는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이 있다.
디지털 장의사의 두 얼굴...?
2020년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디지털 장의사를 표방하는 업체 수는 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당 가격이 상당해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 같지만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해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렇다보니 ‘잊힐 권리’를 찾아준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정당한 비판 기록도 삭제시켜주는 ‘부캐’에 더 집중하는 디지털 장의사도 등장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비판적 리뷰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 댓글 등을 허위사실 유포죄와 같은 법률적인 용어들을 써가며 삭제해주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프라이버시 침해 신고 등을 이용해 영상을 내리게 하는 식이다.
의뢰받은 업체의 비판 글과 영상은 삭제하고 긍정적인 콘텐츠만 남기게 해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라기 보다는 디지털 흥신소의 역할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이렇게 된 건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디지털 장의사 시장 진출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긴급대응팀이 디지털 장의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은 모니터링을 한 뒤 사안에 따라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삭제를 요청하고 있는데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 못지 않게 디지털 장의사의 일거리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도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피해 촬영물을 삭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지자체가 디지털 장의사 시장에 직접 뛰어든 셈이다. 기존에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을 공공기관 위탁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그동안 실시하지 못했던 삭제 지원까지 나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프라이버시 없는 시대의 개인정보보호
‘잊힐 권리’에 대해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언'이라는 주장을 했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이상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어렵고 역설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없는 시대, 또는 없어도 되는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잊힐 권리’보다 주커버그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건 씁쓸한 일이다. 결국 언젠가 잊어야 할, 잊고 싶을 가능성이 있는 정보들은 SNS나 인터넷에 가급적 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잊힐 권리’는 개인정보 보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1. 가입된 사이트 정리하기
한국인터넷진흥원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지 사이트에 남아 있는 개인정보 삭제
2. SNS에 개인정보 남기지 않기
개인의 신상 정보와 관련된 사진이나 글, 혹은 가족 사진들은 되도록 올리지 않거나 비공개로 업로드
3. 인터넷 검색기록 주기적 삭제하기
인터넷에서 내가 보고 듣는 모든 활동 기록 삭제(인터넷 옵션-검색기록 삭제)
4. 비밀번호 주기적으로 변경하기
최소한 8자리 이상으로 숫자와 영어, 특수문자를 결합해 6개월에 한번씩 변경
5. V3와 같은 백신으로 정기적으로 검사하기
자발적인 정보 유출 못지 않게 의도치 않은 악성코드를 통해 유출되는 개인정보 막기
- AhnLab콘텐츠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