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일을 위한 보안, 핵심은?
세계 최대 규모의 보안 컨퍼런스인 RSA 컨퍼런스 2019(RSA Conference 2019, 이하 RSAC 2019)가 지난 3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Mosocone Center)에서 개최됐다. ‘더 나은(Better.)’이라는 테마를 내건 이번 행사의 키노트 및 200여 개 세션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보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RSAC 2019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였으며, 부스 전시는 EDR과 SIEM 솔루션이 주를 이뤘다. 최신 글로벌 보안 트렌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RSAC 2019 현장을 되짚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 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이 RSAC 2019의 막을 열었다. 헬렌 미렌은 특유의 흡입력 있는 목소리로 “휴대전화 사진 속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참석자들 모두가 휴대전화를 높이 치켜들며 이벤트에 동참했다.
제로 트러스트, 모든 것을 의심하고 검증하라
이번 RSAC 2019에서 주로 언급된 키워드는 ▲제로 트러스트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블록체인 ▲자동화(Automation)와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암호화(Encryption)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sis) 등이다.
제로 트러스트는 주요 기조연설(Keynote)를 비롯해 발표 세션과 전시 부스 등 RSAC 2019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지금까지 신뢰할 수 있는 알려진(Known) 것과 알려지지 않아(Unknown)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구분했다면, 제로 트러스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검증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 기조연설에 나선 RSA의 로힛 가이(Rohit Ghai) 회장과 전 엔드게임(Endgame)의 최고 보안 전략 책임자 닐루파 하우이(Niloofar R. Howe) 역시 ‘신뢰에 관한 조망(The Trust Landscape)’이라는 제목으로 제로 트러스트에 관해 발표했다. 로힛 가이는 “제로 트러스트 관점에서 인가된 내부 사용자, 기기, 트래픽에 대해서도 다시 검증하고 관리해야 위협을 완화하고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험과 신뢰는 공존하는 것으로, 위험은 신뢰의 필수 조건이다”라며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신뢰가 확보된다”고 역설했다.
AI와 보안 전문가의 상관관계
제로 트러스트와 더불어 주요 기조연설에서 빈번하게 언급된 것은 보안 분야에 접목된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의 역할과 기대효과였다. 로힛 가이와 함께 기조연설에 나선 닐루파 하우이는 “인간과 인공지능(머신러닝)이 각각 존재할 때보다 함께할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며 이를 ‘신뢰의 한 쌍(Trustworthy Twins)’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위협 정보와 공격 기법을 공유함으로써 인공지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며 “함께 ‘신뢰를 보호하기(Protecting Trust)’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보안 업체 간의 협업을 강조했다.
맥아피 또한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맥아피 CTO 스티브 그로브맨(Steve Grobman)은 기조연설을 통해 “보안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은 분명 건초 속의 바늘을 찾는 것을 가능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인공지능으로 위협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처럼 공격자도 역으로 이를 이용해 위협 예측 지점이 아닌 곳을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브맨과 함께 공동 발표자로 나선 맥아피의 데이터사이언스 책임자 셀레스트 프래릭(Celeste Fralick) 역시 “머신러닝 등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위협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면서도 “인공지능 기반의 위협 대응에서는 오탐(False Positive)이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회공학기법의 가짜 뉴스, 스피어 피싱 등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은 위협 대응의 필수 요소는 ‘공유’와 ‘연계’
시스코 탈로스(Cisco Talos) 부사장 맷 와친스키(Matt Wachinski)는 “보안은 더 이상 창고(Silo)에 쌓인 지식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보안 업체 역시 각자 고립된 상태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스코 IoT 부문의 수석 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리즈 센토니(Liz Centoni)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존의 IT 환경과 달리 폐쇄망 환경에 존재하는 OT(Operation Technology)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보안 위협이 등장할 것”이라며 “보안은 IT와 OT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IBM 시큐리티의 제너럴 매니저 매리 오브라이언(Mary O’Brien) 역시 “보안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클라우드, 도커, 콘테이너 등으로 IT 환경 자체의 변화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직과 조직간의 협업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협업을 통해 침해 발생 시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애자일 시큐리티(Agile Security)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RSAC 2019의 기조연설을 비롯해 주요 업체의 발표 세션은 남녀 발표자가 공동으로, 또는 번갈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패널 토의에도 여성 보안 전문가가 패널로 등장했으며, 여성 보안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부대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미국 내 사회적 이슈인 성 평등 운동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DR과 SIEM 솔루션의 상향 평준화, 고객의 선택은?
이번 RSAC 2019의 솔루션 전시는 크게 EDR과 SIEM 솔루션이 대세였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와 이벤트를 의심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제로 트러스트 관점이 솔루션 전시에도 반영된 것.
시만텍 등 전통적인 엔드포인트 보안 업체들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보안 강자였던 팔로알토나 시스코 등도 EDR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처럼 대다수 보안 업체들이 EDR 솔루션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 올해 EDR 솔루션 분야는 상향 평준화된 양상을 보였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안 담당자들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와 전반적인 대응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통합 관리 기능과 범위가 중요한 선택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EDR 솔루션의 핵심인 가시성(Visibility)과 관련해 대부분 비슷한 UI 및 대시보드 구조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탐지된 정보를 제공하는 범위에서 업체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으며, 위협 탐지 후 엔드포인트 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후속 조치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EDR 솔루션 선택 시 참고할만한 부분이다.
SIEM 솔루션 역시 제로 트러스트와 UEBA(사용자 행위 분석) 관점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를 수집,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제3자 솔루션과 유연하게 연동 가능한지가 SIEM 솔루션의 경쟁력으로 강조됐다.
보안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아라!
RSAC는 전 세계 보안 업체가 참가하는 만큼 방문객의 시선을 잡기 위한 경쟁부터 치열하다. 올해는 전 세계 600여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다년 간의 RSAC 참가 경력이 있는 중견 보안 업체들은 LED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 곳곳에서 뉴트로(새로운 복고풍) 트렌드를 반영한 아케이드형 게임기를 이용한 참여형 이벤트가 진행됐다. 스트릿댄스팀을 동원해 관람객들의 발길과 흥을 사로잡은 업체도 있었다. 이 밖에도 기존의 일방적인 데모 시연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직접 대시보드를 조작해볼 수 있는 참여형(Interactive) 데모를 제공하는 업체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5일간 200여 개 발표 세션, 600여 개 전시 부스로 숨 가쁜 여정을 달려온 RSAC 2019는 보안 이외의 분야에서 초청한 명사와의 대화로 마무리됐다. 유명 배우이자 극작가인 티나 페이(Tina Fey)와 함께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되짚으며, 참석자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기약했다.
- AhnLab콘텐츠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