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가 가져올 변화
[사례 1] 직장 생활 십 여년의 40대 후반 김 팀장은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 직원들 때문이다. 어느 날 이 차장과 업무 진행 상황을 검토하며 일주간의 보고 사항을 듣는데, 기타 안건으로 내일 신입 직원 중 하나가 휴가를 사용한단다. 이 차장 역시 조금 전에 알았다는 말에 당장 업무 인수인계를 우려했더니, 이미 사원들끼리 논의가 되었더란다. 상사에게 사전 보고 없이 사원들끼리 휴가 일정과 업무 인수인계 계획을 정했다는 말에 어이없어 하는 김 팀장에게 이 차장은 이해한다는 듯, 마치 위로와도 같이 “요즘은 그게 합리적인 거라네요”란다.
[사례 2] 1990년생으로 다른 친구 또래보다 일찍 결혼한 직장인 최 모씨. 따로 모아놓은 돈이 없어 월세 오피스텔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돈이 없기도 했지만 굳이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는 60개월 할부로 수입차 신형을 구입했다. 또 지난 명절에는 양가 어른들댁에 찾아가는 대신에 연휴 앞뒤로 연차를 내서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지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등 휴가 중에도 왠지 바쁘게 보낸 기분이다.
“오는 4월부터 모든 군부대 장병들에게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한다.”
지난 달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아주 오래 전에 군대를 다녀온 ‘기성’ 세대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 같은 시각 차이는 세대간 다른 문화에 기인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어른이 된 세대를 일컫는다. 20세기 후반 경제를 이끌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386세대의 자녀들로 나이는 20~35세에 해당된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집중 조명되는 이유는 인터넷, 스마트폰과 IoT 등 다양한 디바이스, SNS 등에 익숙한 세대로, 현재와 미래 소비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흔히 집은 없어도 되지만 여행과 콘서트, 레저를 즐기고 자동차 살 돈을 모으는 대신 고급 수제 맥주와 커피에 돈을 쓰는 세대로 묘사된다. 즉, 재화보다 경험에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다.
그 밖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어느 세대보다 자유분방하며 ‘나’를 중시하고, 현재에 집중한다. 미래보다 오늘,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한 이 세대는 한때 유행했던 ‘인생은 한 번뿐, 현재를 즐기자(You Only Live Once)’는 욜로(YOLO)족의 중심이 되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개인주의적이고 조직원으로서의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들은 개인을 중시하는 동시에 안정성을 추구하며, 협업에 적극적이고 타인과의 연결에 집착한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신조어가 바로 ‘워라밸’이다. 일(Work, 워크)과 삶(Life, 라이프)의 균형(Balance, 밸런스)을 추구해 도전과 실천이라는 긍정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정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는 IT에 익숙하고 IT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다. 오프라인의 끈끈한 만남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느슨한 연대로 소통과 관계를 이어가는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테크놀로지 환경을 경험해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모바일과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또는 SNS)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들은 가족을 중요시하는 부모 세대 덕분에 비교적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자랐다. 인터넷과 다양한 디바이스, SNS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사람보다는 모바일이나 컴퓨터에 더 친숙하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64%가 집에서도 스마트폰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위 세대를 기준으로 한 결과가 44%인 것에 비하면 밀레니얼 세대가 모바일 기기 사용에 더 익숙함을 말해준다.
조직생활 또는 회사 내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부적응의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회식이나 워크숍, 야유회 등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퇴근 후의 회식이나 긴 시간 눈치를 봐야 하는 워크숍을 '인고의 시간'으로 느낄 뿐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인 네트워킹 모임을 싫어하는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를 속칭 ‘꼰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소비자 측면에서의 밀레니얼 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브랜드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중요시한다.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오는 2025년이 되면 밀레니얼 세대는 지구촌 노동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고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약 65%의 인력이 밀레니얼 세대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다가오는 소비 주체 세력인 밀레니얼 세대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비해야
밀레니얼 세대가 아직 경제 주체로 올라서지 못해 돈이 많지는 않지만 전세계 소비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시장조사기관들의 예측이다. 스마트폰과 테블릿PC, 다양한 SNS와 더불어 성장한 이들의 소비 트렌드는 확실히 기성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가성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가정간편식과 같은 제품을 잠들기 전에 주문하고 새벽 배송으로 배달 받는다. 나이 많은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집 청소나 설거지, 세탁 등을 해주는 도우미 앱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이들이다. 과거에 냉장고, TV, 세탁기를 3대 가전제품이라고 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가사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3대 가전으로 로봇청소기, 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를 꼽는다.
IT 트렌드로 본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 익숙해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고 정보 검색에 능하다 보니 제품을 구매할 때에도 가격 비교 및 소비자 리뷰 등을 꼼꼼히 찾아보고 따진 후에 구매를 한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액센추어의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IT 관련 혁신 제품들은 기업에서 가정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가정에서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검증을 받은 후에 기업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IT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즉,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65%와 직장인의 67%는 일자리를 고를 때 고용주가 최신 기술과 최첨단 기기를 제공하느냐에 여부에 따라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이들에게 이메일은 구식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며, SNS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호한다.
액센추어는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IT 사용 트렌드를 무조건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안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주요 IT 기업 CEO들은 자신의 고용인이 업무를 위해 개인적으로 IT 기기를 구입할 경우, 할인과 추가 지불을 해주고 있으며, 43%는 고용자들이 지출한 금액을 다시 환불해 주거나 아니면 공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다시 지불해주고 있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제 취업을 시작해 돈을 벌고, 소비층으로 진입하는 상황에 소비의 첫 단계는 IT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것도 이들 덕분이다.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능을 추가하며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유통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에 있다.
- AhnLab콘텐츠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