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LIFE] 걸프전은 최초의 사이버 전쟁일까?
최근 국가 주도 해킹이 알려지면서 사이버 전쟁에 대한 내용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최초의 사이버전쟁은 1991년 걸프전 때 미국 NSA(National Security Agency)가 이라크에 수출된 프린터 내 마이크로 칩에 바이러스를 숨겨둬 전쟁 초기 이라크 방공 시스템(Iraqi air defense system)을 무력화 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럴 듯한 내용인데 과연 사실일까?
우선 현재까지 관련 악성코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실제로 공격이 있었다면 1990년에 제작된 바이러스가 이미 확인되었을 확률이 높다. 다만 이라크 방공 시스템에 대해서만 공격이 이뤄졌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 이야기는 NSA 프린터 바이러스(NSA Printer Virus)로 알려져 있다. AF/91 바이러스,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바이러스 등으로 알려져 있다(http://vmyths.com/hmul/7/3/).
1992년 1월 미국의 US 뉴스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의 ‘승리 없는 승리 : 페르시안 걸프 전의 미공개 역사(Triumph Without Victory: The Unreported History of the Persian Gulf War)’에 관련 내용이 실렸고 이후 AP 통신(Associated Press), CNN, ABC 나이트라인(Nightline) 앵커 테드 코펠(Ted Koppel)을 통해 인용되면서 유명해졌다(http://www. securityfocus. com/columnists/147).
이 내용은 1991년 4월 1일 인포월드(infoworld)지에 실린 존 간츠(John Gantz)의 ‘Meta-Virus Set to Unleash Plague on Windows 3.0 Users’ 기사([그림 1 ])와 매우 흡사하다.
[그림 1] 1991년 4월 1일 인포월드의 만우절 장난 기사
하지만 이 기사는 만우절 장난이었다. 바이러스 이름도 AF/91이다. 기사 마지막에 만우절 장난(April Fool's day joke) 율리우스 일(Julian day)로 4월 1일이 91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후에도 방공망 무력화를 위해 프린터를 이용했다는 얘기는 계속 나왔다. 제임즈 아담스(James Adams)는 다음 세계 전쟁(The Next World War)에서 폭격으로 빌딩이 부서지면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프린터가 동작할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http://seclists.org/funsec/2005/q4/462).
그러면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시의 기술로 프린터에서 시스템으로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었을까? 관련 자료(http://victoria.tc.ca/int-grps/books/techrev/defmth7.cvp)를 검토한 결과 가능하지 않다.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와 프린터는 단순히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어 프린터에서 컴퓨터에 영향을 끼치는 명령을 내리거나 컴퓨터에 바이러스 같은 실행 가능한 코드를 주입하기는 힘들다.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의 폭로로 미국 NSA는 다양한 방식으로 도청과 사이버 첩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실제 공격이 있었다면 기술적인 문제로 컴퓨터 바이러스보다는 전자기기 방해가 아닐까 싶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과 당시 기술을 고려해보면 최초의 사이버 전으로 언급되는 1991년 걸프전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한번 잘못 알려진 내용은 시간이 지나도 사실처럼 계속 언급될 수 있다.
오래전 파리에서 백성들이 빵을 달라고 폭동을 일으키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다면 과자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거나,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한다(http://www.hani.co.kr/arti/science/kistiscience/305540.html).
걸프전 때 NSA 프린터 바이러스 소문도 사이버전이 언급될 때 마다 당분간 혹은 앞으로도 계속 사실처럼 전해질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사실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명백한 근거가 나오기 전에는 제외하는 게 어떨까 싶다. @
- AhnLab차민석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