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강박남’과 ‘위생 철저녀’의 생활 속 보안 이야기
필자는 회사뿐 아니라 집에도 보안 수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업은 가상 환경에서만 하고, 개인 자료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나 외장하드 디스크에 백업을 해둔다. 무선 인터넷은 등록된 맥 어드레스만 사용하며, 암호도 걸어 잠가뒀다.
주변 사람들은 집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냐며 ‘보안 강박증’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무섭게 진화하는 보안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이 같은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대비를 해도 위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내의 컴퓨터 사용 습관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컴퓨터 로그인 암호가 너무 간단하다. 보안 업데이트도 거의 하지 않는 듯하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악성코드 감염이나 해킹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시큰둥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보안을 신경 쓰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그리고 내 컴퓨터를 해킹해서 어디에 쓰겠어. 지금까지 이렇게 써도 아무 문제 없었잖아. 그러니 괜찮을 거야.”
보안에 무신경한 아내도 부엌으로 시선을 돌리면 정반대의 사람으로 변한다. 아내의 직업은 영양사인데, 직업 탓인지 위생에는 빈틈이 없다. 특히 설거지를 하는 경우 세균 번식 등을 이유로 그릇은 완전 건조해 보관하고, 설거지대의 물기도 완벽히 제거하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한다.
주방 위생에 경계심이 없는 필자가 어쩌다 설거지를 하면 그릇과 설거지대는 온통 물기로 흥건하다. 습관이 돼 있지 않은데다가, 처리 방법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이런 내게 수 차례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여기에는 ‘1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지금 습관대로 음식을 해먹었지만, 식중독에 걸린 적은 없었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보안 강박증인 필자는 ‘위생 불감증’을, 위생 강박증인 아내는 반대로 ‘보안 불감증’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런 우리 부부를 보며 필자는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정보보안 일을 하는 남편 덕에 보안에 대해 잔소리를 듣는 아내조차 보안을 귀찮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하는 점이다.
과연 얼마나 시간이 지나면 아내가 사이버 세계의 보안에 대해 신경을 쓰고, 내가 부엌의 위생에 철저해질까? 이 글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다시 한 번 보안의 중요성을 전하고, 필자도 주방 위생을 좀 더 신경 쓰는 습관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식중독으로 고생하고 나서 보안과 위생의 중요성을 깨닫는 건 너무 늦기 때문이다.@
- AhnLab차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