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oS 기획] 7•7 DDoS 대란 1년 후, 지금 우리는......
‘공포의 오후 6시, DDoS 공격이 시작된다’
‘나흘간 펼쳐진 얼굴 없는 범인과 벌인 사이버 전쟁’
2009년 7월 7일 화요일 오후 6시. 청와대, 국회, 국방부, 외교통상부 등 국내 12개, 해외 14개 사이트가 한동안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음 날 같은 시각,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 등 국내 16개 사이트가 또다시 접속 불가 상태에 빠졌다. 사이버 테러리스트는 8일 벌어진 2차 공격에서 자신을 방해하는 보안 업체를 공격 타깃 대상에 포함시킬 정도로 용의주도했다. 9일 공포의 오후 6시, 7개 사이트가 또 다시 당했다. 마지막으로 10일 0시, 공격에 이용된 좀비 PC의 하드디스크와 데이터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사이버 테러리스트는……
영화의 시놉시스와 같은 이 내용은 결코 영화가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7•7 DDoS대란의 실제 상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다. 영화 속에 존재하던 사이버테러가 스크린을 벗어나 우리의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뭔가 다르다! 이건 실제 상황이다!’
2009년 7월 7일 발생한 ‘7•7 DDoS 대란’은 정부기관, 은행, 포털, 언론, 쇼핑몰 등 26개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공격, 인터넷 서비스 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린 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전형적인 DDoS(Distribute Denial Of Service, 분산서비스거부) 수법이 공격에 이용됐다. 즉, 보안에 취약한 대량의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특정 사이트를 과도한 트래픽으로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7•7 DDoS 대란은 기존 DDoS 공격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기존 공격은 C&C(Command & Control) 서버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아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7•7 DDoS 대란에서 사용된 공격은 PC를 감염시키는 악성코드 자체에 타이머와 공격 명령이 탑재되어 있었다. 또한 좀비 PC로 이용된 개별 PC의 하드디스크 손상이라는 악성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악성코드간의 협업 모델, 기존 보안 장비를 우회할 수 있는 소규모 공격, 복합형 공격 등 각종 최신 보안 위협들을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결합한 지능적인 공격이었다.
‘숨가빴던 안철수연구소의 48시간’
사건이 발생하자 안철수연구소는 전사 긴급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사건 발생 17시간 만에 1차 전용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밤샘 분석 작업을 끝에 악성코드를 해독한 결과 공격 스케줄러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알아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스케줄러를 통해 9일 3차 공격의 대상과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안철수연구소는 변종 등에 의해 공격 대상과 시간이 변경 될 위험성이 있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7개의 사이트를 공개하고 추가 공격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7월 9일 오후 6시, 안철수연구소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다행히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 해당 사이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7월 9일 상황이 종료되기 전, 안철수연구소에는 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악성코드에 좀비 PC의 하드디스크와 데이터를 손상시키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는 국가정보원과의 공조를 통해 이 자기 파괴 기능의 타이머가 2009년 7월 10일 0시로 맞춰져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막지 못한다면 좀비 PC로 이용된 수만에서 수십만 대의 PC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안철수연구소는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급 공지를 통해 상황과 예방법을 알리고, 24시간 고객 대응 체계를 유지했다. 10일 0시, 좀비 PC의 하드디스크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제한적인 OS에서만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과 사용자들의 사전 대비로 피해는 크지 않았다.

[7•7 DDoS 공격 진행 및 안철수연구소 대응 과정]
‘7•7 DDoS 대란, 무엇을 남겼나’
나흘간, 숨막히게 펼쳐진 DDoS 공격과의 전쟁은 끝났다.
7•7 DDoS 대란은 IT 강국으로 자부해 왔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계기됐다. 알려지지 않은 사이버 테러리스트의 DDoS 공격으로 국가 주요 기관의 네트워크는 마비 상태가 되었다. 공격을 받은 쇼핑몰은 일정시간 동안 영업이 중지되어 수십 억 원대의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다. 쇼핑몰과 같이 직접적인 매출 피해는 아니지만 은행들의 경우 인터넷 뱅킹 중지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터넷 강국의 허상을 적나라게 드러난 것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대용량 네트워크, PC 보급률 등 외적인 성장 속에서 홀대했던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대 사건이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고, 국가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로 지난해 사고 발생 직후 행정안전부는 200억 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해 ‘범정부 DDoS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 진흥원은 ‘영세 기업을 위한 DDoS 사이버 긴급대피소 구축 사업’, ‘인터넷망 연동 구간 DDoS 대응 체계 구축 3차 사업’, ‘좀비 PC 치료 체계 시범 구축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금융 업계에서도 금융감독원의 'DDoS 공격 대응 종합 대책', 금융결제원 금융정보보호센터 'DDoS 대피소 구축’ 등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7•7 DDoS 대란이 1주년, 우리가 해야 할 일
7월이 다가오면서 제 2의 DDoS 공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연초부터 공공 기관 및 금융권에 대한 DDoS 공격설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는 정부나 기업들의 DDoS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DDoS 공격은 방어하기 힘든 보안 위협이고, 그 파괴력 또한 대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DDoS 공격이 위협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 기업, 개인 사용자들이 가이드라인대로 수칙을 지키며 유기적으로 협조한다면 공격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언급한 대로 마련해 놓은 대응책을 견고히 하고, 후속 사업들이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또한 관계 기관과는 물론 해외 국가들과의 공조 체제를 통해 일원화된 사이버 테러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민간 기업들은 보안 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도입된 보안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인의 경우, 자신이 DDoS 공격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자기 PC의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DDoS 특성상 사전 예방이 힘든 만큼 공격에 악용되는 좀비 PC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개인 사용자들은 보안 프로그램 설치는 물론 최신 업데이트, 운영체제 보안 패치 적용 등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7.7 DDoS 대란과 매우 흡사한 영화가 있다. 2007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다이하드 4’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교통, 통신, 금융, 전기 등 미국의 모든 네트워크를 장악한 사이버테러 집단에 맞서 혼신을 다한 결과, 위기에서 미국을 지켜낸다.
우리에게도 영화의 존 맥클레인과 같은 영웅이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영웅이 사이버테러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단언컨대, 사이버테러는 결코 한 사람의 영웅 또는 특수한 기관이나 기업이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영웅, 존 맥클레인이 될 필요도 없다. 그저 보안 의식을 강화하고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 안철수연구소안철수연구소 인터넷사업팀 과장 박정화